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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전주영화제; '영화보다 낯선' 세계, 김연정

03/25/2015

 

전주영화제의 '영화보다 낯선' 섹션은 일반 극장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실험적인 영화들을 소개하며 대안적인 영화미학의 최전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아래, 피터 쿠벨카, 피터 체르카스키, 하룬 파로키,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등 유명 실험영화감독들의 작품과 강연을 소개해왔다.
올해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미국의 실험영화 거장 제임스 베닝의 작품과 그의 강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2006년 전주영화제를 통해 '원웨이 부기우기'와 '27년 후'가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그는 위스컨신대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그 두 작품에서도 산업화되고 있는 위스컨신 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정확하고 계산적인 쇼트들 속에 파졸리니 감독의 비극적 죽음을 둘러싼 아우라에 비견될 사회적 인간의 잔상들을 던져놓았었다.
이번 방문에서 그가 새롭게 들고 온 작품은 레일로드의 약자로 알려진 'RR'과 70년대 로버트 스미드슨의 기념비적인 대지미술작품인 '나선형 방파제'를 담는 '시선을 던지다'이다. 기차의 도착과 영화의 도착이 함께 했듯이 열차와 영화의 연관을 다시 언급하는 'RR'은 철로를 가로지르는 열차를 보여주는 43개의 쇼트들과 아이젠하워의 퇴임연설 등 사회적 색채가 짙은 사운드들을 결합한다.
'시선을 던지다'에서도 16일간 촬영한 날짜에 해당하는 16개의 시퀀스와 1분짜리 78개의 고정숏이라는 계산된 규칙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에서 구체적인 숫자의 언급이 의미 있는 이유는 전 작품들에 걸쳐 그런 규칙성을 만들고 때로는 영화의 컨셉과 결합시키고 있기 때문이며, 이 딱딱한 공식 같은 숫자를 다시 생각하게 할 만큼 그들이 만들어내는 힘 있는 구조의 결과론적 효과 때문이다.
제임스 베닝 감독의 작품은 주로 미국의 지리적, 산업적 풍경과 측량적, 구조적인 방법론의 결합으로 강렬한 사회, 문화적 지도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는데, 자연/카메라, 인간/감독, 사회/영화구조의 이성적인 대위들이 그 긴 상영시간만 참아낸다면 궁극적으로는 감성의 바닥까지 다가와 마음을 깊이 흔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베닝 감독의 작품들과 함께 '미국 아방가르드' 섹션에서 같이 상영되는 켄 제이콥스 감독의 '래즐 대즐', 존 조스트 감독의 '이곳으로'도 거장들의 최근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켄 제이콥스 감독의 작품들도 그 동안 전주영화제 '영화보다 낯선' 섹션을 통해 꾸준히 소개되어 왔는데 그 또한 꾸준히 작품을 만들면서 초기 영화에 대한 재해석, 시각적 잔상을 이용하는 프레임 단위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의 작품들에서 특유의 깜빡거리는 플릭커를 계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그는 장편 '래즐 대즐'에서 초기 영화나 사진들을 파운드 푸티지로 이용하던 실험 뿐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디지털의 가상적 이미지를 극단화시킨다.
이 장편 작품 외에도 '영화보다 낯선'의 단편 섹션에서는 깜박거림이 계속되는 그의 단편 작품들, '자본주의: 노예제', '자본주의: 아동노동', '님프' 등을 만날 수 있다.

단편 부분에서도 그동안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던 감독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데, '이윤동기와 속삭이는 바람' 의 존 지안비토 감독은 정치적인 실험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발표해왔고 이 작품에서도 미국 민중의 저항을 암시하는 비문과 기념비, 안내판 등을 따라가는 공간적인 구성으로 그 죽은 묘지들에서 조용히 부는 바람처럼 우리의 현재의 시선과 의식들을 깨우고 있다. 더불어 한국의 주재형 감독과 중국의 쑨쉰 감독의 '4.3의 새벽', '레퀴엠', '시대의 충격' 도 실험적 애니메이션의 형식 속에 사회적 시선들을 담은 작품들이다. 또, 초현실적 그로테스크함과 몽상적인 유머를 특징으로 하는 가이 매딘 감독의 최근작 '오딘의 수호처녀' 와 절제된 호흡 속에서 시간과 인간의 유령을 쫓는 시적인 감성으로 최근 실험영화제들에서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 벤 리버스 감독의 '아, 자유'와 '하우스'도 단편 부분에 포함되어 있다.

김연정,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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